올여름 한반도는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25.7℃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의 폭염일수(낮최고기온 33℃ 이상)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강원도 강릉에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강원 영동 지역은 올여름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여름철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저다. 
  
가뭄은 점차 다른 지역까지 번져나갈 기세다. 지난 4일 환경부는 안동·임하댐의 가뭄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강원도 삼척·정선·태백에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단계가 '주의'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가뭄단계가 '관심'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뭄과 폭염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 가뭄(flash droughts)'은 극심한 폭염과 결합할 때 그 피해가 훨씬 커지고, 폭염 역시 가뭄으로 인해 더욱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원대 전자⋅AI시스템공학과 김병식 교수는 강릉 지역의 가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7일과 7월 25일을 전후해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evapotranspiration index, SPEI)'가 급감, 돌발 가뭄이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고 7일 본지에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돌발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뭄과 폭염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며,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강원대 김병식 교수팀은 최근 한국방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강원도 지역의 11개 기상관측소의 2015~2024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발가뭄과 일반가뭄의 발생특성을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39회의 돌발가뭄과 96회의 일반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강원도 지역의 돌발가뭄은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지역보다는 내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되는 것이 분석됐다. 
  
김 교수는 4주 이내에 SPEI가 -2 이상 급감하고 최종 지수가 -1.5 이하에 도달하는 경우를 돌발 가뭄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돌발 가뭄의 발생이 기상학적, 증발산 조건 그리고 지형특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발표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미래에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비가 시급함을 강조한다. 수자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면서, 더 나은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적응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가뭄에 취약한 경작지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 에너지경제신문 강찬수기자(https://m.ekn.kr/view.php?key=2025090502806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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