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예고됐다…물불 안 가리는 ‘기후채찍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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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예고됐다…물불 안 가리는 ‘기후채찍질’ 시대

2025년, 한반도는 기후변화가 심화시키는 재난의 연쇄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경북 산간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며 봄철 이상고온과 가뭄이 현실화됐고, 잿빛 산자락이 채 복구되기도 전에 장마철이 시작됐다. 전국 곳곳에서는 24시간 3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영남과 충남 등 각 지역에서는 주택 200여채가 잠기는 등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폭우가 지나간 뒤에는 다시 폭염의 파도가 밀려왔다. 8월 초, 전국 각지에서는 낮 35℃를 넘나드는 폭염경보가 며칠째 이어져, 이재민 대피소조차 냉방·전력 부족으로 건강 피해가 잇따랐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재난 패턴이 반복되면서 ‘산불과 폭우, 폭염이 잇따라 몰아쳐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 재난관리본부 관계자는 “산불로 이미 약해진 산림과 토양에 집중호우가 겹쳐 산사태 위험이 급증했고, 폭염으로 피해 복구 인력이 부족해 대응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 같은 연쇄 재난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복합재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채찍질…새로운 재난의 패러다임 등장

이렇듯 한 계절 안에서 산불, 폭우, 폭염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기후채찍질(Climate Whiplash)’이라 일컫는다. 미국 UCLA 연구팀이 처음 제시한 용어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과 온도 불균형이 심해지며 건조·고온 상태에서 갑작스런 강우·홍수·산사태가 뒤따르는 패턴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로 축적된 에너지가 급격한 기상 변화를 유발하는 물리적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며 대기가 더 많은 열을 품게 되고, 이로 인해 기압계와 습도의 변화가 급변한다. 이 결과, 건조한 폭염이 몰아치다가도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바뀌는 극단적인 날씨가 교차한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재난 피해가 단순히 개별 사건들의 누적을 넘어 서로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그 피해 규모와 심각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특히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토양이 극도로 건조해진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산사태와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난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에 다시 폭염이 연이어 발생하면, 피해 복구 과정마저 지연되고 재난 대응 체계가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과거의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변화가 아니라, 급격하고 복합적인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불에서 폭우, 다시 폭염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기상 변화’가 동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상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기상 전환 현상이 기후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며, 기존 예측 모델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교한 예측 모델의 개발과 함께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예방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투데이신문(https://www.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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