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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가뭄 사태로 본 바람직한 가뭄 대책은
지난해 강릉시는 사실상 유일한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관측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가뭄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최악의 물 부족 사태로 이어진 강릉 가뭄을 계기로 지자체의 재난 대응을 넘어 한국 물 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강수량 감소·관광 수요 폭증 등이 주 요인
기후 변화와 단일 상수원 의존 및 뒤늦은 행정 대응이 원인이라는 분석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겨울(2025년 12월~2026년 2월) 강원지역 강수량은 42㎜로 평년의 56% 수준에 그쳤다. 강릉은 11월~1월까지 세 달 동안 29.7㎜에 불과해 ‘최악의 가뭄’을 부른 전년도 겨울보다 눈·비가 적었다.
아직 3월이지만 가뭄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첨단AI공학과) 김병식(52) 교수는 “기후변화와 지형적 특성, 전통적 물 관리 실패가 겹치면서 강릉의 물 부족 문제가 심화되었다”며 물 관리 시스템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강릉은 애초부터 물 부족 취약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며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이 연 1400㎜ 안팎인 데 비해 영동 지역은 1000㎜ 안팎으로 강우량 자체가 적고 편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일사량 증가와 폭염으로 증발량이 급격히 늘면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자원 부존량’이 줄어드는 이중고가 겹쳤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과거 ‘인구 소멸 지역’으로까지 언급된 강릉은 오봉저수지 하나만으로도 생활용수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2018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간 수천만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물 사용량은 폭증했다”고 덧붙였다.
강릉 가뭄은 ▲강수량 감소 ▲증발량 증가 ▲태풍 부재 ▲관광 수요 폭증 ▲단일 상수원 의존이라는 다섯 가지 변수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예견된 인재(人災)에 가까운 기후로 인한 사회적 재난’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원(물그릇) 다원화와 상수도 관망 현대화 절실
지난해 8월, 가뭄 사태로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강릉과 대조적으로 속초는 물 축제를 개최했다. 같은 영동권이지만 속초는 20년 넘게 지하댐·수원 다변화에 투자해 만성적인 물 부족을 구조적으로 줄였는데, 강릉은 단일 저수지(오봉) 의존과 뒤늦은 대책으로 같은 가뭄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은 것이다.
김병식 교수는 강릉 가뭄에 대한 대책을 장기·단기로 나눠 제시했다. 그는 “소규모 댐과 저류지, 지하댐 등 ‘작은 물그릇’을 지역 곳곳에 여러 개 만드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일본이 대형 댐(마더 댐)과 더불어 마을 단위의 소형 댐(차일드 댐)을 촘촘히 설치해 물 저장 능력을 높여온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물 저장 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보내는 시스템’ 즉 상수도 관망의 현대화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송·배수 과정에서 누수율이 40~60%에 이르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송도 등 일부 도시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생산·이송·소비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어느 구간에서 얼마나 새는지, 누가 얼마나 쓰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강릉이 중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할 핵심 인프라”라고 꼽았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주택과 건물 옥상에 빗물 저장 탱크를 설치해 화장실 용수, 도로 청소, 가로수 관수 등에 중수(그레이 워터)로 활용하면 마실 물(블루 워터)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원 인천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레인워터 하비스트(빗물 수집) 시스템을 갖춰 비를 모아 비음용 용도로 재활용하고 있다.
강릉 가뭄, 한국 물 관리 체계 전환 계기 삼아야
김 교수가 내세우는 장·단기 대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물 안보’와 ‘리스크 관리’이다. 그는 “물은 석유처럼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필수 자원으로 한 번 고갈되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안보 개념으로 다뤄야 한다”며 “해수 담수화나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지반 침하, 싱크홀 위험 등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어 대규모 상시 수원 대안이 아닌 긴급·특수 용도에 한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재난 관리의 가장 큰 문제로 ‘담당자의 순환보직’을 지적한 김병식 교수는 “경험과 전문성이 쌓이기도 전에 담당이 바뀌는 구조에서는 선제적 대책이 나올 수 없다”며 “특정 공무원이 한 분야를 오래 맡아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때 비로소 물 안보와 재난 회복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릉 가뭄을 일회성 사건이 아닌 한국형 물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미아 차장 miasong@igoodnews.or.kr
출처 : 주간기쁜소식(http://www.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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